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스마트하게 실무에 AI 활용하기
이미지 출처: HealthEco
처음엔 나도 AI를 잘못 쓰고 있었다. ChatGPT에 “이 화면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이 화면 개선점 알려줘”라고 물어보고, 뻔한 답을 받았다. 기대만큼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대했던 방향은 아니지만, 실무 루틴에 깊숙이 들어온 몇 가지 방법이 생겼고 그것을 공유해보려 한다.
AI가 잘 못하는 것
AI에게 “정답”을 묻는 건 시간 낭비이다. 진짜 문제는 맥락, 사용자 행동, 이전 실험들에 있고, 그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AI는 그 맥락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AI를 내 생각을 빠르게 구체화하는 도구로 재정의했다. 답을 묻지 않고, 내가 이미 알고있는 정보들을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데에 쓰기로 했다.
실제로 쓰는 방식
1. 회의록을 가지고 프롬프트, UI 초안 생성하기.
실제로 BeautyNow 일본 런칭 이후, 유저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패턴이 나왔다. “이 약 정품 맞아요?”, “의사가 진짜 의사예요?”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서비스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서 다이어트약 전문 랜딩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필요한 요소들도 정리됐다. 약 종류, 가격, 의사 소개, 정품 인증 표시, 배송 안내, FAQ. 여기까지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금방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걸 어떻게 화면으로 풀어내지? 여기서 나는 바로 Figma를 열지 않고 GPT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UI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프롬프트를 작성해줘.”
회의 내용과 유저 인터뷰 결과를 AI에게 넘기고, AI가 프롬프트를 대신 써주게 했다. 그러자 AI가 조건을 정리하면서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것들을 물었다. “의사 소개 섹션에서 면허 번호를 노출할지 여부”, “FAQ는 접기형으로 할지 전개형으로 할지” 같은 것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나
이 단계에서 이미 절반의 기획이 끝났다. 그리고 그 프롬프트를 그대로 Figma AI에 붙여넣었다.
2. Figma AI로 와이어프레임 — 미팅 직후 리뷰까지
프롬프트가 완성되면 먼저 Figma AI에 그것을 집어넣어 와이어프레임을 만든다. 약 2~3패턴 정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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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완벽하진 않아도 압도적으로 빠르고, PC·모바일 대응 구조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레이어 이름도 깔끔하게 정리하여 기본 레이아웃을 잡아준다. 이것을 사용하면 미팅 당일에 바로 기능 리뷰를 돌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피쳐를 개발하는 속도가 크게 오른다. BeautyNow 랜딩페이지의 경우, 기본 레이아웃이 잡히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 바로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리뷰를 돌릴 수 있었다. 구현 난이도 체크, 섹션 순서 조정, 모바일 대응 구조 논의까지 한 번에 했다. 나중에 법률 검토도 받았는데, 약품 광고 관련 문구를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그것도 와이어프레임 단계에서 먼저 구조가 잡혀 있으니 수정이 훨씬 빨랐다.
이 단계에서는 내 역할로는 기능 누락이나 사용자 흐름만 검토하면 됐다. 레이아웃을 처음부터 잡는 시간을 AI로 상당히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3. 프로토타이핑 아이디어 발산 — 막힐 때 벽을 허무는 용도
BeautyNow 랜딩페이지에서 “신뢰감”을 어떻게 화면으로 표현할지가 제일 어려웠다. 의사 소개나 정품 인증 배지 같은 건 당연히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더 있어야 했는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AI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질문 자체를 바꾼다.
- ❌ “신뢰감 있는 랜딩페이지를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까?”
- ✅ “온라인 의약품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유저의 불안을 줄이는 UI 패턴 3가지를 알려줘. 각각 어떤 심리를 건드리는지도 함께 알려줘”
AI가 준 아이디어 중 하나가 실제로 유효했다.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은 후기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썼는지’에 더 반응한다”는 방향이었다. 숫자 기반의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를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그걸 단서로 비슷한 유형의 타사 서비스를 벤치마킹했고, 우리 랜딩페이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AI가 답을 준 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밀어준 것에 가까웠다.
배운 것
AI를 잘 쓰는 디자이너의 핵심은 툴 지식이 아니라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에게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들게 하면 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디자이너가 한다. AI가 쓴 프롬프트를 읽다 보면 “조건을 내가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구나”를 깨달을 수 있고, 그 조건을 정의하는 것도 AI를 툴로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AI를 잘 쓰려면 디자이너가 먼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AI를 잘 쓰기 위해 AI를 활용해보자.